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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는 왜 '방언'이 아니라 '언어'로 불릴까

3분40대개발자

제주도에서 어르신 말씀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들은 적이 있다면, 그건 사투리를 못 알아들은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한국어의 방언이 아니라 별개의 ‘언어’로 봅니다.

유네스코가 '언어'로 등재했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는 세계 소멸위기 언어 지도에 제주어를 올렸습니다. 등급은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critically endangered)’ 단계로, 소멸 직전을 뜻합니다. 한국어권에서 이 목록에 오른 말은 제주어뿐입니다.

중요한 건 등급보다 분류 자체입니다. 유네스코는 이 지도에 방언이 아니라 언어를 싣습니다. 제주 말을 경상도·전라도 사투리와 같은 층위로 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방언과 언어는 무엇으로 갈릴까

언어학에서 가장 널리 쓰는 기준은 상호 이해도입니다. 서로 배우지 않고도 알아들으면 방언, 그렇지 못하면 별개의 언어로 봅니다. 제주어는 이 기준에서 걸립니다. 나이 든 화자가 편하게 말하는 제주어는 표준어만 아는 사람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구분이 순수하게 언어학적으로만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언어학자 막스 바인라이히가 남긴 말처럼, 무엇이 언어이고 무엇이 방언인지는 행정과 정치가 함께 정합니다. 제주 말이 오랫동안 ‘제주 방언’으로 불려온 데에는 그런 배경도 있습니다.

아래아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제주어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아래아(ㆍ)입니다. 훈민정음에 있던 이 모음은 표준어에서 소리가 사라져 글자만 남았지만, 제주어에는 실제 발음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어권에서 아래아를 소리로 간직한 말은 제주어가 유일합니다.

관광지 간판에서 보는 ‘ᄒᆞᆫ저옵서예’의 첫 글자가 그것입니다. ‘혼저’로 적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소리는 ‘호’도 ‘하’도 아닌 그 사이입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중세국어의 의문형 어미를 간직한 것과 같은 이치로, 사투리가 표준어보다 옛 모습을 더 많이 보존한 사례입니다.

어미 체계가 다릅니다

어휘만 바꿔서는 제주어 문장이 되지 않습니다. 문장을 맺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제주어뜻쓰임
-수광 / -수까~습니까높임 의문. ‘어디 감수광?’ = 어디 가세요?
-읍서~하세요높임 명령. ‘하영 먹읍서’ = 많이 드세요
-멍~하면서연결. ‘먹으멍 가게’ = 먹으면서 가자
-우다 / -수다~입니다높임 서술. ‘반갑수다’ = 반갑습니다

표준어의 ‘-습니까’를 ‘-수광’으로 바꾼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높임과 시제를 표시하는 방식이 통째로 다른 체계입니다. 어미를 모르면 아는 단어가 나와도 문장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단어도 대응되지 않습니다

제주어표준어
지슬감자
바당바다
깅이게
보말고둥
아방 / 어멍아버지 / 어머니
하르방 / 할망할아버지 / 할머니

‘지슬’처럼 표준어에서 형태를 짐작할 수 없는 단어가 많습니다. 반대로 ‘오름’, ‘올레’, ‘정낭’처럼 제주의 지형과 생활에서 나와 대응하는 표준어가 아예 없는 말도 있습니다.

왜 위기인가

제주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화자는 대부분 고령층입니다. 조사마다 추정치가 크게 다르지만, 공통된 관찰은 젊은 세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와 방송이 표준어로 이뤄지고 제주어는 집 안에서만 쓰이다 보니, 세대가 바뀔 때마다 화자가 줄어듭니다.

직접 들어보세요

설명보다 실제 문장을 마주하는 편이 빠릅니다. 아는 단어가 하나도 안 나오는 경험이 ‘다른 언어’라는 말의 뜻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Jeju Dialect Quiz실제 제주어 표현 15문제. 모든 문항에 한 줄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