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다시 하면 유형이 바뀌는 이유
몇 달 뒤에 다시 해보니 한 글자가 바뀌어 있는 경험, 드물지 않습니다. 검사가 엉터리라서가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방식 자체에 그 성질이 들어 있습니다.
융에서 출발했지만 융의 것은 아닙니다
칼 융은 1921년 저서에서 사람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방식에 유형이 있다고 봤습니다. 내향과 외향, 그리고 감각·직관·사고·감정이라는 기능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이것을 검사지 형태로 만든 사람은 융이 아니라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입니다. 1940년대에 개발됐고, 융에게 없던 네 번째 축(판단·인식)이 이 과정에서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MBTI를 융의 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절반만 맞습니다.
네 축이 무엇을 나누는가
| 축 | 무엇을 보는가 | 양 끝 |
|---|---|---|
| E / I | 에너지가 어디로 향하는가 | 바깥 사람·활동 / 안쪽 생각·정리 |
| S / N |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 구체적 사실·경험 / 패턴·가능성 |
| T / F |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 논리·일관성 / 관계·가치 |
| J / P | 바깥 세계를 어떻게 다루는가 | 정해두고 마무리 / 열어두고 조정 |
네 축이 각각 두 갈래이므로 2를 네 번 곱해 열여섯 유형이 나옵니다. 축은 서로 독립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에, 어떤 조합도 가능하다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연속된 점수를 한 글자로 자르는 데 있습니다
각 축에서 나오는 것은 원래 점수입니다. 예를 들어 사고와 감정 사이에서 52 대 48로 나왔다고 합시다. 결과지에는 그 비율이 아니라 알파벳 한 글자만 찍힙니다. 51 대 49도 한 글자, 90 대 10도 같은 한 글자입니다.
| 축 점수 | 표시되는 글자 | 다시 했을 때 |
|---|---|---|
| 52 : 48 | T | 몇 문항만 달리 답해도 F로 넘어갑니다 |
| 70 : 30 | T | 웬만해서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
| 95 : 5 | T | 거의 흔들리지 않습니다 |
사람들의 축 점수는 양 끝에 몰려 있지 않고 가운데가 두툼한 분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경계 근처에 놓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이들은 컨디션이나 최근 상황만으로도 글자가 넘어갑니다. 재검사에서 유형이 바뀌었다는 보고가 잦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답할 때 흔들리는 것들
- 직장에서의 나로 답했는지 집에서의 나로 답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 ‘되고 싶은 모습’으로 답하면 실제 성향과 멀어집니다
- 최근 몇 주의 상황이 평소 성향보다 크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 문항을 오래 고민할수록 중간값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융 자신도 순수한 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열여섯 칸은 사람을 담는 상자가 아니라 성향을 이야기하기 위한 좌표에 가깝습니다. 결과를 자기 설명이나 타인 판단의 근거로 쓰기 시작하면 도구의 쓸모를 벗어납니다.